한국 천주교회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전례 전통이 있습니다. 바로 9월을 ‘순교자 성월’로 지내며,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친 한국 순교자들을 기리고 추모하는 것입니다. 순교자 성월의 기원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회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오늘을 사는 신앙인들이 신앙을 새롭게 다지고 순교 정신을 본받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순교자 성월의 역사적 배경
순교자 성월은 1925년 7월 5일, 교황 비오 11세가 조선 시대 기해(1839)와 병오(1846) 박해 때 목숨을 바친 79위 순교자를 시복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9월 26일이 ‘한국 순교복자 축일’로 선포되었고, 다음 해인 1926년부터 한국 교회는 이날을 중심으로 순교자들을 기리는 특별한 행사를 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9월은 조선 후기 박해 시기에 가장 많은 순교자가 희생된 시기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9월 한 달을 ‘순교자 성월’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한국 교회의 정체성과 신앙을 지탱하는 중요한 영적 자산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시복과 시성 과정
한국 순교자들에 대한 공경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확대되었습니다.
- 1968년: 병인박해(1866) 순교자 24위가 시복됨.
- 1984년 5월 6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하여 한국 순교자 103위를 성인품에 올림. 이로써 한국은 교황이 직접 시성식을 거행한 특별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9월을 ‘순교자 성월’로 공식화하였으며, 축일도 9월 26일에서 9월 20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는 9월 20일을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순교자 성월의 의미
순교자 성월은 단순히 과거의 신앙 선조들을 추모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한국 교회는 이 시기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의미를 되새깁니다.
- 신앙의 굳건함: 순교자들이 지켜낸 신앙을 본받아, 오늘의 신앙인들이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다짐.
- 희생의 정신: 세속적 이익보다 하느님 나라를 우선시하는 삶을 배움.
- 공동체적 기억: 순교자들이 보여준 연대와 사랑의 실천을 현재의 교회 공동체 안에서 재현.
- 신앙 쇄신: 개인적·공동체적 회개와 새로운 결심을 통해 신앙 생활을 새롭게 함.
특히, 이는 한국 천주교회만이 가진 고유한 신앙 문화로서, 세계 가톨릭 교회 안에서도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순교자들에게 바치는 기도
순교자 성월의 핵심은 기도입니다. 한국 교회는 순교자들의 전구(轉求)를 청하며, 신앙인들이 그 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특별한 기도를 바칩니다.
순교자 성월 기도
한국 순교자들에게 바치는 기도
○ 이 땅의 모든 순교자여,
당신들은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굳은 신앙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과 교회를 위하여
피를 흘리셨나이다.
● 저희는 현세에서 악의 세력과 치열하게 싸우며
당신들이 거두신 승리의 영광을 노래하고
모든 선의 근원이신 하느님을 찬양하오니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위대하신 순교자들이여,
천상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와 함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시어
하느님의 자비를 얻어 주소서.
● 지금도 어둠의 세력이
교회를 박해하고 있사오니
하느님께서 전능하신 팔로 교회를 붙들어 보호하시며
아직 어둠 속에 있는 지역에까지
널리 펴시도록 빌어 주소서.
○ 용감하신 순교자들이여, 특별히 청하오니
우리나라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
●당신들은 이 땅에서
많은 고난을 겪으며 사시다가
목숨까지 바치셨으니
○전능하신 하느님께 빌어 주시어
교회를 이 땅에서 날로 자라게 하시며
사제와 수도자를 많이 나게 하시고
●신자들이 주님의 계명을 잘 지키고
냉담 교우들은 다시 열심해지며
갈린 형제들은 같은 믿음으로 하나 되고
비신자들은 참신앙으로 하느님을 알아
천지의 창조주
인류의 구세주를 찾아오게 하소서.
○참으로 영광스러운 순교자들이여,
저희도 그 영광을 생각하며 기뻐하나이다.
간절히 청하오니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께 빌어 주시어
저희와 친척과 은인들에게
필요한 은혜를 얻어 주소서.
●또한 저희가 죽을 때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한결같이 믿어 증언하며
비록 피는 흘리지 못할지라도
주님의 은총을 입어 선종하게 하소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이 기도문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신앙의 길에서 흔들리는 이들을 위하여, 또 교회와 민족을 위하여 전구를 청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교회의 성장, 사제와 수도자의 성소, 냉담 교우의 회심, 갈라진 신앙인의 일치, 나아가 나라와 민족의 평화까지 담아내고 있습니다.
결론
순교자 성월은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와 정체성을 깊이 새겨주는 신앙 전통입니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라, 오늘을 사는 신앙인들이 삶 속에서 순교자의 정신을 이어가도록 이끌어주는 영적 토대입니다. 한국 순교자들이 보여준 용기와 믿음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오늘 우리에게 여전히 살아 있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순교자 성월을 지내며 우리는 신앙을 단단히 붙들고, 순교자들이 보여준 믿음의 길을 따라 주님의 제자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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